0.
강하늘을 좋아한다.
배우 본인이 갖는 느낌이 매우 좋기 때문이다. 선한 느낌, 멀리 보는 느낌, 신중한 느낌. 그리고 신기하게도 항상 강하늘이 고르는 작품은 항상 코드가 맞았다.
이러한 이유로, 동생이 먼저 제의한 "청년경찰 보기"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먼저 보자고도 하지 않았고, 개봉일을 기다리면서 맞춰 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스토리인지도 전혀 몰랐다. 다만 중간중간에 강하늘이 나오는 광고가 나오면 언젠가는 봐야지 싶은 생각 뿐이었다. 사실 영화관의 막혀있는 그 분위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영화를 챙겨 보는 스타일은 아니다. 이 영화를 보게 된 동기는 정말 이거 뿐이다. 좋은 말로 어찌저찌 풀긴 했지만, 결국 "어쩌다가" 보게 된 것이다.
1.
나는 성격 자체가 구조적이지 못하다. 이야기의 구조를 따져가며 이야기를 읽는 것에 능숙하지 못 하다. 그러나 최근 "스토리의 서사 구조"를 플롯이라고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부터, 어렴풋이 이야기를 읽을 때 기승전결과 같은 구조에 대해서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내가 못 하는 것이지, 이야기를 읽거나 써낼 때 필요치 않은 분야는 아니기 때문에.
이런 내가 보았을 때(그러니 분석이 좋지 않을 수 있음을 미리 알린다.), 이 영화는 플롯이 살짝 유치하다고 느껴졌다. 십몇대 이로 맞짱을 떠도 주인공 버프로 이겨내고, 심지어 감금 당해도 스스로 척척 탈출한다. 헌팅 하려고 찍어놓은 여자가 마침 납치 당하고, 서울시 전체 CCTV를 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는데 마침 그 곳에 아는 사람이 있었다. 뭐 이런 우연의 연속이다. 게다가 범죄조직(조직 까진 아닐지도, 아무튼 범죄자들의 무리라고 해야 할까.)을 상대로 패기있게 맞짱떴다가 실패하자 한 발 물러서 학교로 돌아가고, 학교에 돌아간 지 몇개월 정도 만에 짱 쎄져서 그들을 모두 소탕하게 된다.
그러나, 그래도 나에게 전해진 메시지가 너무 공감이 되어,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느낌은 매우 좋았다. 결국 살아있는 정의, 정의를 실현하려는 젊은이들, 살짝 때 탔으나 이런 젊은이들에게서 자신들의 패기넘치던 과거를 발견하고 공감해주는 어른들. 한 줄로 말하자면, "아직 이 세상에 좋은 사람은 많다."
2.
메시지가 좋은데, 플롯 정도는 눈감아 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 즈음에, 내 자신의 취향에 대해 정확히 알게 되었다. 나는 이야기를 통해 어떤 구조의 깔끔함이나 화려함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메시지에만 모든 스탯이 치중되어 있다는 것. 물론 이야기의 구조는 중요하다. 구조가 말끔해야, 혹은 예뻐야 메시지가 잘 전달된다. 그러나, 내 자신의 성격이 직관적이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어떻든 메시지가 좋으면 다 용서가 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구조적인 부분에선 약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취약한 작품은 취약하다고 못 느껴지는 것이다.
하여간 좋은 영화였다.
3.
그리고 정말 객관적으로, 유머 코드가 매우 좋았다. 보통 영화관에선 크게 소리내서 웃는 관객들을 찾아보기 힘든데, 이 영화는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서 웃었다. 강하늘에게 찌질함을, 박서준에게 엉뚱함을 배치한 연출, 작가진도 그리고 살려낸 본인들도 모두 좋은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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