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무 화가 나서 아빠한테 그 사람들 욕을 엄청 했지. 그랬더니 아빠가 이러시는거야.
그 사람들도 다 먹고 살겠다고 그러는거 아니겠냐고.
그 말을 듣자니 어이가 없어서 내가 반박했지.
아빠, 누구나 다 먹고 살자고 그런 고민해, 안 하는 사람이 어딨어.
그러니까 아빠가 뭐라시는지 알아?
야, 너는 먹고 살려고 일하냐?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일하는거지.
그 말을 들으니까 머리가 띵 하더라고."
남에게는 할 수 있으나 내 자식에게는 하기 힘든 말.
그 순간에는 그냥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부녀사이가 부러웠다. 부러움에 벅차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세 번은 연달아 한 것 같다.
돌아와서는 생계 문제를 두고 엄마와 한 바탕 했다. 한 바탕 하자니 아까 그 부녀사이가 또 엄청 부러웠다. 그리고 미친듯이 외로웠다.
한참 뒤 엄마가 운동을 다녀오셨다. 언니가 사준 흑진주팩을 주섬주섬 꺼내자 하나 푸시더니 말씀하신다. "대신에 저기 앞에 팩 하나 있어. 저거 가져가."
민망해서 안 가져갔다. 한참 뒤에 영화를 다 보고 나오자, 팩을 붙이신 상태로 또 한 마디 하신다. "저 앞에 팩 가져가."
예전에는 우리 가족이 나의 십자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요새는, 우리 엄마의 십자가가 내가 아닌가 생각한다. 지기는 해야 하는데 너무 고통스러운거. 평생에 걸쳐 맡기신 거. 나 같은 딸 두게 해서 참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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